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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츠테루] 시작될 무렵의 그 사이

쀼뺩쁍뺘 2017. 9. 24. 22:29

시작될 무렵의 그 사이
W.쀼뺩쁍뺘





 그렇게 오래 사귀진 못 할 거라 생각했었다. 같은 남자랑 사귀면 어떤 느낌일까? 하고 호기심 가득한 마음에 아무 생각 없이 받아 줄 거라 확신했었다.
 처음부터 내가 을이 될 수밖에 없었던 관계.
 웃기게도 내가 놓으면 모든 것이 끝나버릴 관계.
 하지만 나도 생각이 짧았었다 너무 이 아이에게 빠져있었고 이 생각만 하다 보니 나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했었다. 처음부터 오래가지 못 했을 우리들 사이. 그래, 이 정도면 뭐... 그래도 처음 생각보단 오래 만났네.




 "야!"
 "아,! 놀래라 왜 뭐"
 "요즘은 테루만가 하는 애랑 같이 안 다니네??"
 "...어 뭐..."
 ..? "뭐야 싸웠냐??"
 "아니야 그런 거. 아 좀 떨어져!"
 "야~! 무슨 애도 아니고! 친구끼리 싸우고 그러면 안 돼요~ 마츠카와 어린이~"
 "아 쫌! 쫌! 그리고 ...원래 친구같은 거 아니었어"

 나는 한 번도 너를 나의 친구라 생각해 본적 없었다. 네가 친구에게 하는 인사도 난 그게 연인이었으면 했고, 네가 친구에게 하는 스킨십도 나는 그게 연인이었으면 했고, 네가 친구에게 하는 장난의 말도 장난의 표정도 나는 그게 연인이었으면 했고, 네가 친구에게 장난으로 하는 사랑 표현도 나는 그게 연인이었으면 했고 진심이었으면 했다.
 처음 본 순간부터 저 사람이 나의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했었고 그래서 친구라는 명분으로 곁에 머물러 있었다.
 그다음은 꼼지락거리는 그 손을 깍지 껴 꼭 잡고 싶었고, 온몸이 부서져라 꼭 껴안고 싶었고, 오물거리는 그 입에 입을 맞추고 싶었다.
 그리고, 이렇게 되기까진 얼마 걸리지 않았다. 시험공부를 핑계로 너의 집에 하룻밤 머물던 날 난 잠결에 너에게 고백을 했고, 당황해하는 나에게 넌 내가 좋아하는 그 웃는 얼굴로 내게 좋다며 대답을 했다.

 나는 온 진심과 시간을 다 했다. 어쩌면 그냥 너를 향한 내 마음이 이 정도까지 였을지도 모르지.

 어쩐지 그날따라 네가 많이 웃어주더라, 손도 많이 잡아주고, 가고 싶다는 곳도 많았고, 나에게 권하는 것도 원하는 것도 많더라. 마음 한구석에 불안함이 있으면서도 행복함이 너무 커서 무시하고 싶었다. 드디어 나를 친구가 아닌 그 이상으로 생각해 주는구나. 드디어 나를 친구가 아닌 그 이상으로 대해주는구나. 그냥 이렇게, 편하게 생각해버렸다. 그날 너와 헤어지던 때, 넌 내게 게임을 하자고 했고 지는 사람이 이기는 사람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하자 했다. 손이 떨리고 눈꺼풀이 떨렸다. 애써 무시하고 그렇게 하자 했다. 게임은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그냥 가위바위보였다.

 "한 판으로 끝내자! 가위 바위 보!"
 나는 보자기를 냈고, 너는 가위를 냈다. 둘의 손을 내려다보는 고개를 들을 수 없었다. 너의 소원이 무엇일지 훤히 알 수 있었다. 눈의 초점이 흐려지는 것을 간신히 참고 있었다.
 "어! 내가 이겼네!
 잇쎄,
 나는 도저히 네가 친구 이상으로 보이지 않아. 너랑 있는 시간이 너무 즐거워서 내가 거절하면 그 시간이 다 끝나버리는 걸까 무서웠어. 그냥 못 들은 척 넘어가도 됐지만 네 그 고백이 너무 반가웠어. 그래서 너한테 못 할 짓 했어... 미안해.
 우리... 그냥 다시 친구로 지내면 안 될까?"
 고개를 드니 참고 있던 눈물이 흘렀다.
 내가 정말 좋아하던 웃는 얼굴이 보였고 슬퍼 보였으며, 나처럼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렇게, 그렇게 우리는 끝났다. 너와 함께 한 시간이 고스란히 내 마음속에 내 일기장에 남아있는데 다시 친구로 지낼 순 없었다. 그렇게 보기 싫었다. 저 사람이 내 연인이요 내 애인입니다라고 외치고 싶었다.
 그 일이 있고도 한 달이 지났다. 그래도 나는 아직도 그 일을 악몽으로 본다.

 집을 나와 혼자 가던 길도 너를 보러 간다 생각하며 기쁘게 걸었다. 너와 함께 걷던 모든 길들이 너와 함께였기에 아름다웠다. 다음날을 기다리던 밤도 너를 생각했기에 깜깜하지 않았고, 길고 외롭지 않았다.

 내가 어떻게 하면 나를 제대로 된 연인으로 봐줬을까. 내가 어떻게 하면 네 친구보다 먼저가 될 수 있었을까. 내가 어떻게 하면 너의 옆에 더 오래 있을 수 있었을까. 너를 좀 더 제대로 알고,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을까.

 다른 계절이 시작될 무렵의 그 사이 시간에 우린 끝이 났다. 다시 기다려 다 돌고 나서도 우린 보지 못 하겠지. 듣지 못하고 만지지 못 하고 사랑하지 못 하겠지. 너에겐 짧은 시간이었어도 나에겐 긴 시간이었고, 너에겐 긴 시간이었어도 나에겐 짧은 시간이었다.

 테루시마 유우지. 넌 한 계절 동안 나의 모든 것이었고 모든 계절 동안 나의 모든 것이다. 몇 번이 더 돌아야 너를 모르던 때로 돌아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