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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츠테루/이와오이] 빛이 끊임없이 파고들어온 이유 02-1.
쀼뺩쁍뺘
2017. 11. 12. 02:25
"윳쨩, 엄마랑 아빠는 우리 사랑스러운 윳쨩을 버리려는 게 아니야. 우리 윳쨩이 엄마 아빠보다 훨씬 더 강하고 듬직하니까 앞에서 먼저 가달라고 부탁하는 거야. 응? 뚝 울지 말고... 윳쨩, 좀 있다 봐. 먼저 가고 있는 거야 엄마 아빠는 그 뒤를 따라가는 거고. 알았지?"
걸어도 걸어도 끝이 없는 어둠.
그게 내 어릴 적 마지막 풍경이었으며, 마지막 인사였다.
끈질기게도 선명한, 지독히도 상냥한,
악몽과도 같은 어둠이 계속되는 악몽이, ...
빛이 끊임없이 파고들어온 이유
W.쀼뺩쁍뺘
"일어나! 일어나!!!"
"으웅... 우우웅..."
"일~ 어~ 나~ 라~ 구~!!!!!"
"... 제발 오이카와... 10분만, 10분만 더 자게 해줘..."
"안 돼~!~!~!~!~~!~!~!!! 나랑 같이 생각해주기로 했잖아!!!"
"하... 제발...! 윽! 커튼!! 커튼!!!!"
"이익...! 시끄러 빨리 일어나!!!"
*
"흑... 아침부터 커튼을 치다니... 잔인한 놈..."
"유찌가 빨리 안 일어나서 그렇잖아! 나도 오늘은 아침부터 혼자 일어난다고 힘들었다구!!"
"하... 그 후보라는 게 뭔데. 쓰잘떼기없는 거기만 해 봐 아주..."
"짜잔~!"
하트 모양으로 올라가는 탑, 실제로 누가 발을 넣고 사진을 올린 신발, 완전 네모 반듯하고 안이 꽉 채워져 있는 가방, 어쩐지 스케일이 확 커져버린 전신 로봇, 동그랗게 쭉 올라가는 탑, 끈을 달아서 맬 수 있는 날개, 처음과는 다른 하트, 이 앞과는 다른 하트, 이 앞과 이 앞앞과는 다른 하트, 이 앞과 이 앞앞과 이 앞앞앞과는 다른 하트, 이 앞과 이 앞앞과 이 앞앞앞과 이 앞앞앞앞과는 다른 하트, 이 앞과 이 앞앞과 이 앞앞앞과 이 앞앞앞앞앞과는 다른 하트, 이 앞과 이 앞앞과 ••• ••• •••
이게 다 뭐냐면, 대충 눈치챘을 수도 있겠지만... 어 빼빼로다. 빼빼로.
이게 다 빼빼로라구요. 지금 내 앞에 이 오이카와가 들이민 사진들이 다 빼빼로로 만든 작품들이라고요. 그냥 한 대 명치 쪽으로 존나 쎄게 때려도 되는 부분이죠? 내가 대체... 왜 무슨 생각으로... 선뜻, 알았으니 가지고 와보라고 했을까... 그렇게 당하고도 내가 왜...!
"역시 그냥 색깔 별로 하트를 다 만들어서 무지개처럼 이렇~게(♥♥♥♥♥♥♥←대충 이런 식인데 양쪽이 아래로 휜 무지개 같은 모양) 만드는 게 제일 예쁠 거 같아!"
"... 응... 그렇게 하자..."
"헤헤 얼른 옷 입어! 빼빼로 사러 가자!!"
"알았으니까 방방 거리지 마! 밑에서 올라온다고!!"
"네~ 네~~"
아 ㅠㅠㅠㅠㅠ 하... 벌써부터 피곤해 어떡하면 좋아...
-
"응. 응. 알았어. 그래도 마지막이니까 예쁘게? 하하 그 사람도 성격 이상하네. 응 그래. 어. 응응. 아 잠만,
아침부터 누구지... 네 나가요~... 아 이와이즈미씨였군요. 아 잠시만요.
여보세요?? 어어 내가 다시 전화할게. 응 미안.
죄송해요 들어오세요."
"아 아니요! 죄송하긴요. 제가 오이카와한테 같이 사는 사람 생겼다는 걸 깜빡해서 아침부터 실례했습니다."
"어우 괜찮아요 고개 숙이지 마세요. 홍차 괜찮으세요?"
"네!"
"우유 넣어드릴까요?"
"우유... 조금만 넣어주세요"
"네 알겠어요 편하신데 앉아계세요!"
이와이즈미... 하지메? 하지메 맞나? 흠 아무튼 오이카와씨 보러 온 건가... 오늘 새벽부터 바쁘게 돌아다니시던데... 흠...
"여기요. 마침 홍차 우리던 중이었거든요. 잘 맞춰오셨네요."
"아 맞다, 할로윈 때 홍차 좋아한다고 하셨죠. 하하 향이 좋네요!"
"그쵸? 하하 아! 오이카와는 아까 테루시마씨 집에 간다고 나가셨어요. 지금... 8시니까... 곧 오겠네요"
"아 그런가요? 하, 아 진짜 아침부터 죄송해요!! 바쁘신 거 같던데... 으아 연락 먼저 해보고 왔어야 했는데 정말로 죄송해요!!!"
"하하하하하 진짜 괜찮아요 진짜 진짜. 그럼 죄송하지만 통화 좀 마저 하고 와도 될까요?"
"넵! 당연하죠!"
흠... 오이카와 남친...이라고 했던가? 예의도 바르고 은근 시원시원한 거 같고...
"아 여보세요?"
-응응. 무슨 일이야?
"아 같이 사는 분 남자친구가 오셔서 차같이 마셨어."
-아 그랬구나... 근데 뭐, 얘기는 아까 그게 끝! 괜찮아?
"어. 시킨 거에 비해서 돈도 꽤 준 거 같고, 이번이 두 번째라고 하시니 정성을 다 해줘야지 ㅋㅋㅋ"
-하하! 하긴, 실력은 너 따라갈만한 사람 없으니까. 그럼 이번에도 잘 부탁해~
"그래 끝나고 또 연락할게"
-응응 바이~
흠? 안이 좀 시끄러운데?
"오~ 이~ 카~ 와~~!!!!!!!!"
"윽! 왜 그래!!!!! 이건 내 마음이라고!!!!!!!"
"하하하하하!! 역시 이럴 줄 알았어 좀 오바하는 거 아니냐니까 그렇~게 고집을 고집을 부리더니 어휴"
"으악! 아파! 아파 이와쨩!!!"
하하... 어째 오이카와는 볼 때마다 이와이즈미씨한테 맞고 있는 거 같네...
"어? 마츠카와씨~~ 오랜만이네요~!!"
"아 네 오랜만이네요 테루시마씨"
"하하 이리 오세요! 여기가 명당이예요!!"
"오호 그런가요?"
"아니 맛층! 맛층까지 그런 게 어딨냐구~!"
"아! 저 일하러 가봐야 해서 먼저 갈게요!"
이번에 이사 온 곳은 좋은 곳인 거 같다. 어딜가나 정착하지 못 하고 떠다니던 탓에 사람 사귀는 걸 잘 못 하는데 생판 모르는 사람이랑 과연 잘 맞아서 잘 살 수 있을까 걱정도 꽤 했지만, 며칠 정도 함께 있어 본 결과 저래 보여도 꽤나 주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그 주변 사람들도 다 좋은 거 같고, 이번에 이리로 이사오길 잘 했단 생각을 하루에도 몇 번씩 어디서나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마침 일할 곳도 딱 있어서 다행이었고ㅠㅠ
앞으로 저 집에서, 저 사람들과 얼마나 더, 얼마나 함께, 할 수 있을까.
***
"어, 야~ 나도 이제 일 간다~~"
"오! 잘 다녀와!!"
"이익...!!! 대체 뭐야!! 뭔데! 뭔데!!!"
"뭐가?"
"몰라서 물어?? 오늘따라 집요하잖아!!! 무슨 일인데!! 속일 사람을 속여야지 이 사람아!!"
"그건...! 하... 미안하다. 있잖아 오이카와"
"응...? 갑자기 뭡니까 이와쨩? 갑자기 이 손 뭐지요?? 나 지금 좀 무서운데요...!!"
"이번에 일정이 좀 땡겨져서 내일 떠날 거야"
"...뭐...?"
"이번엔 4달 정도 있다 올 거 같아"
"뭐...? 무슨... 하지메..."
"미안하다"
"뭐야... 이런 게 어딨어... 이번엔 갔다 와서 전시회도 안 열었잖아! 그림도 다 완성 못 했다며, 그래서 어제도 작업하다 자놓고...!"
"응 걔네도 다 가지고 갈 거야. 이번엔 다 끝내고 돌아올 거라 4달하고 더 걸릴지도 몰라"
"... 하지메...... 하... 싫어... 가지 마... 좀만 더 있다 가... 너무... 너무...! 너무 갑작스럽잖아... 뭐야... 일부러 빼빼로도 옆 동네까지 가가지고 사 왔더니..."
"미안. 오늘 저녁은 근사한데 먹으러 가자. 저 무지개 빼빼로도 들고."
빛이 끊임없이 파고들어온 이유
W.쀼뺩쁍뺘
"세트 2번에 자몽에이드 하나, 사이다 하나. 맞으세요?"
"네 맞아요. 감사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띡 띡 띡 띡
"테루시마씨"
"응? 응?! 아카아시! 어 왜왜왜"
"저기... 그..."
"응?"
"저 그게요... 혹시,"
삑-----
삑-----
"... 주방은 제가 갈게요"
"응 미안 아카아시ㅠㅠ 좀 있다 꼭 다시 얘기해줘!
부르셨어요??"
다 알겠지만, 오늘은 농업인의 날보다 더 유명한 상술의 날, 또는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죽어가는 날 중 한 날이기도 하지...
"빰! 빠-라/ 빰! 빰! 빰---!! 축-하/합-니-다~ △□씨-와/ □△씨-의\ 100~일-을~/ 행-복\한!~ 빼~빼~로~ 데\이!의~ 로-맨/티-익/한~~ 100~일~~~~~!!!!!!"
저 노래만 해도 해도 벌써 몇 번째인지ㅠㅠ 아까는 생일 축하 노래랑 헷갈려서 틀린 적도 있었다니까 말 다 했지... 좀 있다 저녁시간엔 또 얼마나 사람들이 더 붐빌지ㅠㅠㅠ 벌써부터 걱정이다ㅠㅠㅠㅠㅠ 빼빼로데이 같은 건 도대체 왜 있는 건지ㅠㅠㅠㅠㅠㅠ 화장실에 가도 빼빼로, 음식 서빙하러 가는 중에도 빼빼로, 가서도 빼빼로, 들어오는 손님들마다 손에 하나씩 빼빼로, 우리 가게 문에도 빼빼로, 카운터 쪽에도 빼빼로, 아침부터 빼빼로, 빼빼로, 빼빼로, 빼빼로, 빼빼로, 빼빼로!!!!!
"저기요~"
"네~ 부르셨어요?"
"네. 저희 아까 음료 자몽에이드랑 사이다 시켰는데요 자몽말구 수박으로 바꿔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사이다는 그대로 괜찮으세요?"
"네 괜찮아요!"
일단 일부터 끝내고 불평하자... 불평할 시간도 아깝다.
"어? 뭐야~ 너네도 오늘 빼빼로 데이라고 저녁 먹으러 왔냐" ㅠㅠㅠㅠ
"그렇지 우린 너와 다르게 커.플 이니까 ㅋㅋㅋㅋ 아, 우린 그냥 늘 먹던 걸로 줘"
"응? 어... 근데 너희 왜 좀,"
"저기요~~"
"네~. 미안 좀 있다 계속 얘기하자. 같이 갈 거지?"
"응!" "당연하지"
그러고 종일 소파에 둘이 딱 붙어 앉아 티비를 봤다. 예능을 봐도 드라마를 봐도 영화를 봐도, 하나도 재밌지도 슬프지도 않았다. 그냥 흘러가는 데로 눈에 담을 뿐이었다. 그러다 그냥저냥 저녁 시간이 돼서 밥 먹으러 나온 거다. 그냥... 그러고 있다가 저녁 먹을 시간이 돼서...
저녁을 먹는 동안에도 둘이 한마디 말도 없이 음식을 먹기만 했다. 우리가 종일 둘만 있으면서 이렇게까지 조용한 적이 있었던가? 한 번 생각이 들기 시작하니 이 공간이, 이 공기가 너무도 답답하다.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겠도, 달달한지 매콤한지 싱거운지 짠지 소스 맛은 어떤지 샐러드는 어떤지도 모르겠고 그냥 빨리 이 시간이 지나가길, 아니 더 오래되길, 차라리 내일이 오지 않기를, 아니, 과거의 하지메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게 만들 일이 없어져 버리길, 간절히 바랐다. 하지메와 함께 있는 이 소중한 시간이 영원히 멈춰있기를...
***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저흰 먼저 퇴근할게용~"
"네~~~ 수고했어요~~~~~ 내일 봬요!!"
"네~~~"
"네. 내일 봬요"
*
"그래서?"
"네?"
"아까 하려던 말이 뭔데?"
"아... 그게..."
"응 그게 뭐?? 빨리 얘기해보라구~~"
"혹시 오늘 오는 길에... 보쿠토씨 못 보셨나... 해서요..."
"아~! ... 응 미안..."
"... 아닙니다 괜찮아요. 신경 쓰지 마세요. 저 먼저 가볼게요. 내일 봬요"
"...!! 잘 가~!"
흠, 아무래도 아카아시는 보쿠토한테 아직 빼빼로를 받지 못 했나 보다. 보쿠토 그게 좀 바보 같아 보여도 오늘 같은 날은 다 챙길 텐데 아카아시는 방금 나의 대답으로 아예 기대를 버렸겠지.
"이와즈미~ 오이카와~ 나 옷 다 갈아 입... 뭐야 얘네 어디 갔어? 뭐야 설마 나 두고 진짜 그냥 간 거야?? 와~ 의리 진짜... 의리의리하다 정말..."
질질질 발을 끄는 소리, 지나는 사람들의 사랑스러운 말소리, 가게마다 나오는 노랫소리, 신호가 바뀌는 소리, 그리고 저 앞에서부터 날아오는 담배 냄새...
"어? 마츠카와씨~~~!!!"
"아, 테루시마씨"
" 뭐야~ 마츠카와씨 담배 피웠었어요??"
"하하 네 뭐 그렇게 됐네요. 아, 혹시 불편하시면 그냥 끌게요!"
"아니에요! 저도 담배 피우는데요 뭐. 같이 피다 들어가요"
담배 피우는데요 뭐.
는 무슨! 담배 완전히 끊은지 1년이잖아!!ㅠㅠ 꼭 이래야했냐 진짜로ㅠㅠ!! 그래도 부적처럼 매번 담배 사서 가지고 다니길 잘 했다!!ㅠㅠ
"아, 정말요? 오이카와가 안 핀다길래 테루시마씨도 안 피는 줄 알았어요"
"흠~ 뭐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네요 ㅋㅋㅋ 오이카와랑 친해지면서부터 끊기 시작했었으니까... 근데 담배라는 게 끊어야지 한다고 되나요ㅜㅜ 부적이랍시고 들고 다닌 다는 거도 다 미련이죠 미련"
"하하하하하 그렇긴 하죠. 저도 워낙 줄담배라 금연해보겠다고 주변에 민폐 끼치고 다녔었는데 오늘은 좀... 일이 잘 안 풀려서 담배를 안 찾을 수가 없었네요..."
"호오, 무슨 일하시는 데요?"
"아 저 저기 앞에 미용실에서 일해요!"
"오오오오오! 아, 저는 저기 레스토랑에서 일해요 담에 한 번 밥 먹으러 오세요. 저기 오래 다녔어서 권력남용으로 디씨 해드릴 수 있어요 ㅋㅋㅋ"
"하하 그럼 꼭 먹으러 가야겠네요"
궁금한 게 많았다. 처음 봤을 땐 사실 상황이 상황인지라 ㅜㅜ 그냥 '와 살았다' 이 생각 밖에 없었지만 계속 보다 보니 너무... 내 스타일이고, 너무 내 이상형이라; 참을 수 없었다. 얼굴도 얼굴이지만 목소리 하며, 작은 행동들 하나하나 하며, 말투도, 웃는 모습도, 조금씩 보이는 습관이나 버릇들도 다 너~무 좋아서 터질 거 같았다. 물론 지금도. 앞으로 얼마나 더 이곳에서 함께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 시간 동안 오로지 나로 채웠으면 한다. 나와 했으면 한다. 모든 걸 나와 공유했으면 한다.
당신의 그 잠깐의 시간 동안 나는 이만큼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