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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츠테루/이와오이] 빛이 끊임없이 파고들어온 이유 03.
쀼뺩쁍뺘
2018. 12. 28. 20:42
저의 개인적인 사정으로 비어버린 시간을 빛파이 시간 안에서도 뛰어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기다려주신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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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이! 끝났어?
"응. 이번엔 꽤 힘들었네, 미안해 괜히 더 귀찮게 돼서.
- 아냐, 우리 쪽에서 정보를 제대로 못 줘서 그런 거니까 미안해하지 마! 그래서? 오늘도 그 친구들 만나러 가는 거야?
"하하하. 응 그렇지 뭐. 항상 고마워. 아, 이제 다 왔다 먼저 끊을게"
- 응~
*
"자 여러분, 그럼 지금부터 각자의 근황 보고를 시작하겠습니다."
"응...? 지금 우리 둘밖에 없ㅇ..."
"난... 진짜 몸이 열 개라도 모자라... 이와쨩이 필요해!!!!!!"
"아 시끄러. 달라붙지 마!!!"
"에에에에!! 치사하게 이러기야?!!!"
"뭐라고요? 지금 그런 말을 하시는 분은 어디의 누구시라구요?"
"들어봐 유찌 들어보라구! 오랜만에 촬영장 들어갔더니 몸이 못 버텨. 너~~~~무 힘들어. 역시 나이는 못 속이나 봐... 아직 한 달이나 더 찍어야 돼" ㅠㅠㅠㅠㅠㅠㅠㅠ
"아 달라붙지 말라고!!!! 일단 가자. 응?"
*
"여~ 늦어서 미안~"
"왜 이렇게 늦었어 맛층~~!!! 내가 이렇게나 오랜만에 왔는데!!!!!"
"야야야 소란 피우지 마 오이카와. 주문 먼저 해놨는데 괜찮지?"
"응 괜찮아.
그래서 오이카와? 어떻게 지냈냐"
이렇게 다 모인 게 진짜 얼마만이지? 10개월? 아니 1년?? 헐 1년만인가?? 와우, 아직 이와이즈미가 없어서 완전히 다 모였다고 하긴엔 좀 그렇긴 하지만... 뭐 4명 중에 3명이나 모였으면...!!
"아니 어떤 손님이 나간 지 15분 정도 지났나? 다시 와가지고는 자기 지갑 잃어버렸다고 여기 있는 거 아니냐면서 우리를 도둑 취급하는 거야; 그래서 진짜 여기서 잃어버리신 거 맞냐고 씨씨티비도 돌려봤는데 분명히 계산하고 들고나가는 거까지 찍혀있는 거;; 근데도 여기서 잃어버린 거라고 경찰 부르라고~ 부르라고. 일단 사장 불렀더니 우리 사장이 좀 무섭게 생겼잖아? 아무 말 못 하고 나가더라. 하!"
"난 상대배우가;; 계속 관심을... 너무 줘서 나 남자 친구 있다고 그만 해달라고 했더니 울고불고 난리가 난 거야 흑흑 그러면서 막 소문내서 너를 매장시키겠다 어쩌겠다 하면서 협박을 하는 거야... 근데 그 와중에 부모님한테 연락 와서는 다음 주에 밥 먹으러 가기로 했다구!!!!!! 흑 하지메!!!!"ㅠㅠㅠㅠㅠㅠㅠ
"우린... 지금 여기서 탈색에 염색까지 하면 머리카락 정말 난리 날 거다... 관리하시기 힘들 거다... 정말... 말렸는데... 기어코 한다고 하시더니... 하...... 자기 머리가 왜 이러냐며... 어떻게 책임질 거냐고... 소리를 소리를... 결국엔 반값에 결제하고 클리닉 15번 해주기로 했어..."
꽤 못 만난 시간 동안 쌓인 이야기들은 많았고, 술을 마시며 올라가는 기분만큼 우리들의 목소리도 커져 위로 위로 올라가, 들어와서 맴돌기만 하던 가게의 분위기에 완전히 일체 되어 갔다.
빛이 끊임없이 파고들어온 이유
W.쀼뺩쁍뺘
※ 급전개 주의 어수선함 주의
"근데?"
"뭐가?"
"둘이 언제 이만큼이나 친해진 거야?"
"그럼 같이 있은 지도 꽤 됐는데 안 친해지는 게 이상하지"
"흐~ 응~"
"뭐야 왜 ㅋㅋㅋㅋㅋㅋㅋ"
"둘이 뭐 있지?"
"야 오이카와, 상대방이 없을 때 뒤에서 그 사람 얘기하는 건 욕이 아니라도 뒷담이다?"
"아 말해 줘어어어어~~~ 언제 이렇게 친해진 건데!!! 너 낯가려서 우리한테 친구라고 하는 데도 5달이나 걸렸잖아!!!!"
"뭐??? 내가 그렇게 빨리 니네랑 친구가 됐다고?????? 이야~ 상 줘야겠네~~"
"야, 니 그러다가 또 괜히..."
"다 폈다! 드가자. 자자자 들어갑시다~~"
맞다. 내가 친구라는 표지판을 단 울타리에 친구를 데려오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건 사실이다. 상대방 쪽에서 나를 친구라고 부르기 시작하고 1년은 돼야 나도 그 상대방을 친구로 인식하며 반년에서 1년은 더 지나야 친구라고 당당히 소개할 수 있게 된다. 조심해서 나쁠 거 없잖아?
"그러다 또 우리한테 울면서 찾아와도 국물도 없어?!!!!!"
그래. 예전에 사람 때문에 받은 상처가 있는 거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피하기만 한다 해서 달라지는 건 없잖아? 사람은 시대가 변하듯 변하는 거니까.
"국물도 없다니!! 내가 그동안 보살펴 준 게 얼만데!!!!!!!!!"
"미안 좀 오래 걸렸지?" ㅠㅠㅠ
"괜찮아 나도 통화 좀 했어"
"맛츠..."
"실례합니다~ 계산서 여기 두고 갈게요~/ 감사합니다~"
"어... 갈까?"
"응 그러자..."
"언제 우리만 남았지...?"
-
1년. 그래, 1년. 하! 4달 정도면 온다더니 나를 두고 벌써 1년!! 1년이 넘어가려한다.
"하지메!!!!!!!!!!!!!!"
*
달이 보이기 시작한 도시에 별처럼 빛나는 조명들이 켜져 금세 다시 밝아진 모습이 창문으로 보이는 순간 내가 이렇게 초라해 보이지 않을 수 없었다. 온 집에 남아 나를 힘들 게 하던 하지메의 흔적들은 조금씩 사라져 가 이젠 아주 조금밖에 남지 않았다. 그마저도 흐릿해져 잊을까 겁나서 그쪽으론 제대로 보지도 못 한다.
나만큼 하지메도 나를 생각하지 않을까 봐,
나의 흔적이라곤 단 한 군데도 없는 그곳에서 나만큼 하지메가 날 원하지 않을까 봐,
"오이카와..."
오랜만에 들어온 집엔 너의 흔적보다 지금 나를 안고 토닥이는 마츠카와의 흔적이 깊이 남아 너를 완전히 잃어버린 거 같아서 너무 슬펐다.
항상 있었던 이별과 항상 있었던 흔적 찾기인데도 너무 낯설게 느껴져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몰랐다.
마츠카와가 움직이는 대로 네가 보이고, 마츠카와가 말하는 대로 네가 들리고, 그냥 모든 게 다, 일부러 이런 게 아닌데도 불구하고 이러려고 웃으며 보내준 게 아닌데도 불구하고 내가 너를 마츠카와와 바꿔치기한 거 같아서 미칠 거 같았다.
술을 마셔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유찌나 마츠카와처럼 집에 들어와 씻고 바로 자야 했을지도 몰라. 하지메는 절대 그럴 리가 없지. 없어. 아는데, 알고 있는데...
촬영장에서 하지메 생각은 크게 나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빈자리가 느껴지지도 않아서 괜히 오버했다 싶어 민망하기도 했었다. 하지메가 오면 수고했다고 안아주고 키스하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서 그동안의 일들을 주고받으며 평범한 하루를 함께 보내고 싶었다.
바쁘게 돌아가는 촬영장에 이것저것 외우고 신경 쓸 거 투성이인 현장에 도망치듯 밀고 들어와 생각하고 싶지 않았나 보다.
하지메가 없는 집이.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하지메가 없는 집이. 너무너무 외롭게 느껴져서, 그래서 참을 수 없게 돼버려서, 그런데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어서, 그래서...
빛이 끊임없이 파고들어온 이유
W.쀼뺩쁍뺘
"여보세요?"
- 아, 드디어 받았구나! 얼마나 전화했는데 ㅠㅠㅠ
"미안 미안. 무슨 일이야?"
- 어... 있지? ㅎㅎ 움...
"왜 그래? 뭔데?"
- ••• ••• •••
기억에 흐릿하게 남아있을 정도의 어린 나이에도 주변은 항상 시끄러웠다.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었다. 자연스럽게 사람들과 섞이며 조용히 자리를 뜨는 법을 몸의 흉터처럼 익히고 남을 바람에 날리는 낙엽처럼 신경 쓰지 않는 법도 배우며 나의 모든 것을 꾸며냈다. 이름, 나이, 직업, 친구, 가족, 생일까지. 나를 알 수 있는 정보들을 철저하게 감췄다. 덕분에 상대를 파악하는 건 손가락으로 소리 내는 거만큼 쉬운 일이었다.
그런데 달랐다. 테루시마 유우지는 달랐다. 종잡을 수가 없는 사람이다. 이제 좀 알겠다 싶었더니 잘 못 집은 것이었고, 가까워졌다 싶었더니 오히려 멀어졌다. 나를 파악하고 가지고 노나 싶었더니 그냥 그렇게 하고 싶었기 때문. 이란다. 그렇게 까지 나를 알고 싶지도, 신경 쓰지도 않는다고. 재밌다고 생각했다. 이 사람이라면 옆에 계속 둬도 괜찮지 않을까 하고. 처음에 느꼈던 감정이랑은 확실히 달랐다.
"좀 있으면 2019년인데 뭐 할래!!!!!"
"파티!!!!!!! 하자!!!!!!!!!!!!"
"예~~~"
오이카와도 이와이즈미도 참 재밌는 사람이지만,
흠? 재밌는 사람 주위엔 재밌는 사람들만 모이는 건가?
-
"움... 우리 어떡해?"
"뭘?" "뭐?"
"아니... 저기 가게 직원이랑 눈이 마주쳤단 말이야!! 여기! 계속! 서! 있을 거냐고!!"
"오이카와?"
"아 알았어 알았어!!! 일단 들어가면 될 거 아냐!!!!"
우리가 왜 지금 카페 앞에서 알짱거리고 서 있냐면... 오늘이 그 날이기 때문이지.
오이카와, 그의 가족을 만나다!
뭐가 이렇게 거창하냐고?
"오이카와. 오랜만이구나."
"네."
"앉아라. 아빠는 음료 가지러 가셨다."
우리 가족은 그렇게 사이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일방적으로 싫어하는 거 같긴 하지만...
어릴 때부터 그런 건 아니었다. 그땐 본능적으로 부모의 사랑을 갈구하니까. 머리가 좀 크고 생각이란 걸 하기 시작할 때부터였던 거 같다. 나를 귀찮게 여기고 본인들의 일이 너무 급하고 힘드니까 나까지 신경 쓸 여유가 없었던 거다. 일찍부터 뭐든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고 노력했다. 웃는 얼굴이 보고 싶어 도움 요청은 최대한 하지 않았다. 덕분에 난 독립심 강한 사람으로 잘 컸다. 소꿉친구라는 거도 있고 밖에선 다들 나를 밝고 좋은 사람으로 생각한다.
"오이카와."
"네. 오랜만이네요."
커서도 취급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내가 돈이란 걸 벌기 시작하기 전까진.
"왜 부르셨어요?"
배우로 한창 잘 나갈 때 꽤 많은 돈을 벌었다. 물 들어왔을 때 노 저으라고, 정말 열심히 저었으니까. 제대로 독립하고 싶었다. 할 수만 있다면 지긋지긋한 가족 놀이에 빠져나와서 연을 끊고야 말겠다고 다짐하면서.
하지만 저 사람들은 아니었는지 그토록 보고 싶어 했던 웃는 얼굴과 그토록 듣고 싶어 했던 다정한 목소리와 그토록 원했던 따뜻한 품을 내어 주었다. 드디어. 내가 이미 포기하고 포기하다 한 껏 더러워져 구질구질해졌을 때.
*
숨이 막혔다. 숨을 원래 이렇게 쉬었던가 할 정도로 온 신경에 집중이 되어버려서 예민해져 있었다. 여기서 더 버릴 기대가 더 어디 있다고 바람 하나 잘 통하지 않을까. 답답해. 머리 아파.
"아니, 테루시마! 귀찮다고 대충 달지 마!"
"휴... 알았ㅇ..."
"이건 어디 달지?"
"뭐??"
"이ㄱ... 오이카와!"
"안녕~"
하지메, 보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