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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카와 토오루] 바람아, 멈춰다오.
쀼뺩쁍뺘
2018. 3. 20. 22:03
다른 사이트 블로그에서 아래와 같은 글을 보셨더라도 그 글 또한 저의 글입니다. 이번 글이 마음에 들었고 오이카와와도 어울릴 거 같아서 가지고 온 글이니 마음을 놓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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흩날렸다.
갈기갈기 찢겨 비웃음 당하며 아직 피어나지 않은 벚꽃과 함께 보기만 하기에도 가슴이 벅차 숨이 막히는 당신의 손길을 받으며,
흩뿌려졌다.
바람아, 멈춰다오.
W.쀼뺩쁍뺘
아... 왜 더라?
언제부터였지?
문뜩 생각했다.
생각하다 보니 결론은 하나였다.
어찌 됐든 나의 마음을 전하자!
음- 그러곤 뭐였지? 그래, 좀 있으면 벚꽃이 핀다는 거 같으니 그전에 고백에 성공해서 같이 손 붙잡고 구경 가자! 가 바로 다음에 따라 나온 결론이었다.
좋았다. 그냥 좋았다.
아마도 분명 처음엔 이유가 있었지만 그 뒤로 쭉 좋아하면서 이유가 사라진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나한테 왜 좋냐고 물어도...
음... 왜 일까?
이른 아침에 피곤해하는 얼굴이, 무언가에 열중하는 표정이, 밥을 먹고, 물을 마시고, 글자를 쓰고, 거울을 보고, 머리를 뒤로 넘기고 안 넘기고,
당신에게서만 나는 당신의 향기와 당신에게서만 나오는 당신의 분위기에
말하는 소리가 흥얼거리는 목소리가 그에 따라오는 손짓 몸짓 그 모든 게 그냥 당신 자체, 당신이.
한 자, 한 자,
평소에도 글씨를 못 쓴다는 얘긴 들어본 적 없지만 그래도 좀 더 온 마음과 정성을 다 해 무엇부터 시작을 해야 할지 막막한 종이 위에 토해내듯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저는, 오이카와 토오루입니다.
새삼스러운 자기소개와 같이.
조용히 귓가에서 춤을 추는 흥얼거림. 곱게 놓인 신발 위로 흔들거리는 다리. 그 위로 나의 고백이 붙잡혀 보이고 있다.
흩날리 길 바랐다.
바람에 살랑거리며 나풀나풀 날아다니길 바랐다.
꿈에서도 상상 속에서도 그려보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무심코 기대를 해버렸다. 나에게서 멀어지며 조각나 버린 마음이 얄밉게도 푸른 하늘에 하나 둘 스며들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조금씩 좀 더 멀어지는 발소리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열
열려있던 문이 닫혔다.
이미 흩뿌려져 다시 모을 수도, 모으려 해도 너무나도 멀어져 어디부터 움직여야 할지 모르겠는 정말 미로와도 같은 공간에 또다시 홀로 남겨졌다. 이대로 빙글빙글 돌다보면 나와줄 거라 믿었던 출구는 나의 헛된 바람 탓에 영원히 닫혀버렸다.
나의, 헛된 바람 탓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