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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스가] 니가 아는 내가 아니길.
쀼뺩쁍뺘
2016. 11. 23. 02:09
빙글 빙글 빙글
손가락따라 움직이는 눈동자, 밤 하늘, 눈 앞에 간지러운 머리카락,
몽실 뭉실 떠오른 니 얼굴,
"여~ 코우시~~"
"아! 토오루~~~~"
"..."
"...화났어?"
"그렇게 올려다본다고 화가 풀릴 거 같아?"
"...미안해..."
"안돼! 지금부터 해 뜰 때까지 안기 금지야"
"...치사해...그런다고 오이카와가 이와이즈미가 되는게 아니야"
"하아? 그러자고 그런게 아니거든??"
"네~ 네~"
"...오늘은 또 왜 이렇게 많이 마신거야?? 요즘 좀 많이 마시지 않아?"
"흐응~ 그런가~? 별로 모르겠네~~"
"어 야야! 앞 잘 보고 걸어!!"
그러니까,
지도 모르게 자꾸 어디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거잖아!! 대체 뭐냐구! 카라스노에 있을 때도 엄마 역할이라고 그러지 않았어?
하, 모르겠다. 진짜 스가와라 코우시 저녀석은 알면 알 수록 더욱 모르겠는 것들 투성이다. 뭔가 막는게 있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얘기도 좀 해주고 하면 좋으려만 저 미련 곰탱이는 아~무 말도 안 한다. 이번처럼 술만 왕창 마시거나, 이틀에 한 번 꼴로 머리 색을 바꾸거나, 하나도 못 치면서 매일같이 야구장에 가고 아니면 피씨방, 하... 저번엔 레스토랑 음식에 집착이 엄청 강해져서 하루 세끼를 다 각기 다를 레스토랑 가서 먹었는데 이게 드럽게도 오래갔다. 두달 갔던가? 덕분에 내 통장만 텅텅 비어갔더랬다.
뭐, 어느정도 짐작은 가. 고등학교에서도 만족스러운 배구선수 생활은 못 했을 거야. 그렇다고 대학을 배구로 간 것도 아니고 성적은 좋았지만, 대학도 다 붙었지만 갑자기 소식 불통이 돼서 자연스레 재수를, 어딜 가도 어딜 봐도 배구만 눈에 들어오고 후회도 하겠지.
우리가 이렇게 연인의 사이로 만나게 된 것도, 갑자기 슬럼프에 빠지는 것도 다 이거때문이니까.
'오이카와...넌...넌, 배구하는게 정말 좋아? 즐거워? 재밌어 죽겠어?? 난...! 난...나는... 모르겠어...머리론 하자고 하는데 마음은 싫다고 해. 근데 이 마음이 너무 커서 자꾸 눈물이 나. 나 왜 이러는 거야??'
처음엔 나도 엄청 당황했다. 그 명량군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니... 똑똑한 줄 알았는데 그냥 이성이 강한 거였을까, 지금껏 살면서 우는 사람을 많이도 봐왔고 나도 많이 흘렸지만 이렇게 슬프게 우는 장면은 처음이었다. 코우시가 있는 그 공간만 흑백으로 가득해 눈물로 벽을 만드는 느낌이었다. 가슴을 쥐어 뜯는데 내 가슴이 뜯어져 나갈 거 같고, 바닥을 치는 주먹이 내가 다 아팠다.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 너무나 매정한 넌 끊임없이 이 장면을 보여주지만 난, ...
삑 삑 삑 삑.
쓱 탁 띠리링.
"코우시 다 왔ㅇ..."
"토오루...오늘 자고 가면 안돼?"
언제 운건지 볼에 그대로 남은 눈물자국이 아프다,
"안 되는거 알잖아..."
"싫어...오늘은 같이 있고 싶어..."
알아차리지 못 했던 어깨가 뜨거웠다 금새 차가워진다,
"코우시..."
얽혀오는 혀가 우는 것 같다.
손끝 하나 하나 닿이는 곳마다 울부짖고 있다.
"......토오루..."
"응?"
"나 너무 힘들어..."
"나도 알아. 나도 알아 코우시."
"너도 힘들지 않아? 그때 시합에서 다치지만 않았어도 계속 배구할 수 있었을 거 아냐"
"코우시"
"너도 배구 계속 하고 싶잖아. 내가 이거땜에 힘들어하는 거 알고 부담주기 싫으니까 너도 너자신을 속이고 있는 거 잖아!!!"
"코우시!!!!!"
"...우리...그냥 죽을까?"
"...뭐?"
"...미안...나 먼저 들어갈게. 오늘은 방에 들어오지 말아줘...혼자 있고 싶어..."
하아...... 흐읍!
후........
코우시가 앉아있던 곳은 아직 따뜻하다. 코우시의 어깨를 꽉 잡고 있던 손이 아직도 떨린다. 죽는다. 죽는다... 나랑 코우시가...죽는다... 죽는다고 뭐가 달라질까? 이미 곁에 있길 포기한 가족들은 어디 사는지도 모르고, 고등학교 때 친구들도 연락없은지 오래. 이와이즈미도, 다이치도, 지겹도록 전화 문자 해대던 감독님도, 모두 뭐 하고 있을까.
그들이 배구를 하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면 말로 표현하지 못 할 정도로 무언가가 들끓는다. 한 때의 카게야마를 만났던 때보다도 더. 미친듯이.
쭈그려 옆으로 누운 바닥은 차갑다. 시야에 들어오는 집 안은 어둡고 차갑다. 코우시가 들어간 방의 문은 자물쇠가 열개는 채워져있는 거 같이 멀직이 떨어져 있다.
이 공간에, 이 분위기에, 이 기분에, 마음에, 잡아먹힐 거 같다.
-
"코우시...코우시...! 코우시!!!!!!!"
응급차 소리.
사람들이 술렁이는 소리.
내게 말을 걸어오는 소리.
내 마음이 외치는 소리.
들것에 누워 따라가는 코우시.
조금만 건들이면 떨어져 나갈 거 같은 손목.
...그걸론 할 수 없었는지 아직도 벌어져 있는 목 상처...
나는 이제 더이상 살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