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쿠로아카] 파란 장미
보쿠로아카 <파란 장미>
-쿠로오는 아카아시를 좋아한다
-아카아시는 보쿠토를 좋아한다
-보쿠토는 쿠로를 좋아한다
-셋이 친구라는 설정.
-고등학교 3학년. 11월.
(feat. Liebesleid Love s Sorrow for violin & pi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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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ㅅㅂ 우리 친구야.
그래도 쿠로오, 넌 내가 사랑하는 사람한테 사랑받고 있잖아.
주위에 뭐가 날 유혹해도 난 너만을 쫓아.
우리의 마지막 10대의 사랑은 포기와 어긋난 우정, 수많은 눈물과 갈등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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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아카아시~”
언제나 처럼 반만 내린 앞머리, 쿠로오의 이미지와 잘 어울리는 검은 슬랙스에 몸에 딱 달라 붙는 검은 니트, 검은색과 회색의 체크무늬 코트, 정장 구두를 신은 쿠로오가 뭐 잘났다고 여유롭게도 걸어온다. 주머니에 손까지 넣어놓고,
“우리 두시에 만나기로 한 거 같은데?”
“미안 미안~ 버스 시단 딱 맞춰서 나왔는데 오늘따라 일찍 왔을 줄 알았냐" ㅎ...
“하...보쿠토는 뭐 하는데 아직도 안 오는 거야?”
“헤이헤이헤이!! 미안~~~~~~ 동생이 배고프다고 해서 라면 끓여주고 왔어”
“...또 라면이냐? 그러다가 니 동생 아토피 생긴다.”
“뭐?? 진짜???”
흰색 코트에 청바지, 갈색의 니트. 보쿠토의 자신감을 대변하는 듯한 올린 머리. 우릴 향해 흔드는 남자치곤 작은 손과 계속해 귓가에 울리는 목소리,
이 모든 게 자꾸만 나를 뒤흔든다.
언제부터였을까. 보쿠토의 행동 하나하나, 말투 하나하나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고, 잠에 들 때마다 꿈에서 조차 그 웃음 쫓기 시작한 게,
보쿠토가 쿠로오에서 하는 행동과 말투 하나하나가 나에겐 쿠로오를 향한 질투가 된 게 말이야. 항상 곁에 있어서 못 느낀거지 사실은 아주 오래 전 처음 보쿠토를 만나 인사를 했을 때 처음 셋이서 밥 먹으러 다니고 놀러 다니고 할 때부터 좋아하고 있었던 건지 모른다.
“야, 나 사실 쿠로오 좋아한다?”
쿵.
텅 비었는데 아주 무거운 바위가 되어 물속으로 깊이 빨려 들어가는 느낌.
신도 정말 무심하시지. 항상 위에서 보고 계신다 하셨으면서 제가 보쿠토를 좋아하는 건 몰랐나요?
“야, 야, 오늘 쿠로오 완전 멋있엇지? 응??”
ㅠㅠㅠㅠㅠㅠㅠ “아카아시~~~~ 내일 쿠로오 생일인데 뭐 선물해야 하지?? 같이 사러 가주면 안 돼??? 응? 응?”
왜 이렇게 보쿠토는 나에게 의지 하는 건가요. 보쿠토가 저한테 의지하면 할 수로고 쿠로오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제 마음은 이렇게 갈기갈기 찢겨져 도무지 잡을 수도 없는데 여기서 얼마나 더 힘들어야 내가 그와 사랑을 할 수 있나요.
셋 다 친구다 보니 무슨 일이 있을 때도 혼자만 부르는 것도 이상하고, 핑계를 대도 통하지 않아. 기쁠 때도 셋. 슬플 때도 셋. 힘이 필요할 때도 위로가 필요할 때도, 언제나 셋.
오늘같이 학교 안 가는 일요일에 만나서 놀고 헤어져 함께 가는 이 길은 나에게 고마우면서도 사형 선고를 받은 것과 같다. 같은 아파트 옆 동이라 나란히 걸으며 끊임없이 쿠로오에 대해 이야기하는 보쿠토와 있어야 하니까.
“...보쿠토, 너는 쿠로오가 왜 좋아?”
“응? 그야 멋지잖아!!!”
저는 이 바보같은 보쿠토를 어떻게 하면 가질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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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오늘 급식 너무 맛 없는 거 아니야~~~~~?”
“그래도 오늘 유채겨자무침 나온다고 하더라”
“뭐?? ...난 그거 싫어...”
“뭐라고? 그게 얼마나 맛있는데.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편식을 하냐”
“우우우우우웅! 그래도 맛없단 말이야!!”
“네~ 네~ 다들 잘 알겠으니까 빨리 밥이나 받으러 가자구요~”
“하...쿠로오! 나랑 매점 안 갈래??”
^^ “나는 너처럼 편식쟁이가 아니라서 제대로 밥 먹을 건데? 한국 사람은 밥 힘이지 무슨 매점이냐.”
아카아시는 밥을 한 번에 많이 넣고 우물우물 씹는 걸 좋아한다. 생긴 거랑 하는 짓이나 말투를 보면 밥을 먹을 때도 한 알 한 알 집어서 꼭 꼭 씹어 먹을 거 같은데 말이다.
글씨 쓰는 것과 젓가락 질 할 때 말고는 전부 왼손으로 하는 것도, 점심을 먹고 나면 꼭 뒤에 두 시간은 수업 안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자는 것도, 습관처럼 하는 손 마자지도, 은근 눈치도 없고 분위기 파악도 잘 못하고. ㅋㅋㅋㅋ 나에겐 그런 아카아시가 너무 귀여울 뿐이다. 저 얼굴에 하는 짓이 너무 귀엽지 않아? 더 끌리는 건 저런 귀염쟁이라도 할 때는 확실히 잘 해내는 거다. 하루에 두 시간씩 수업도 안 들으면서 성적은 항상 상위권이라니. 모르는 거 물어볼 때도 모르는 거 하나도 없다. 이때부터 였어요...제가 게이가 된 게...☆
게이, 게이, 말로만 들었지 아니 되더라도 내 친구나 가족 형제가 될 줄 알았지 내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처음엔 그냥 잠깐 쟤들이랑 너무 붙어 있어서 우정을 사랑으로 착각하는 거다 생각해 일주일 정도 떨어져 지내도 봤고, 매일같이 야동도 4편씩이나 보고 잤는데, 아카아시의 환청이 들리고 아카아시가 지나가다 날 보면서 웃어 준 거 같고 꿈에도 아카아시만 나오고 야동을 봐도 여자가 아카아시로 보이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을 때 깔끔하게 인정했다.
이건 어쩔 수 없는 거고, 문제가 있는 거라면 아카아시가 너무 예쁘고 귀여운 게 문제야. 인정도 포기도 빠른 게 제일 좋다지 아마?
“보쿠토 많이 아픈 걸까? 어제는 멀쩡했잖아”
“그 새끼가 언제 뭐 우리한테 아픈 거 티내는 거 봤냐? 미련한 새끼”
“...... 아프면 아프다고 얘기 해주면 좋을 텐데...어제 노래방 괜히 간 거 아닐까...?”
“야,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마.”
“...그렇지? 그러고 있는다고 보쿠토가 당장 났는 것도 아니고...”
“그래. 오늘 야자 째고 보쿠토나 보러 갈까?”
“...응...”
응. 아마도 아카아시는 보쿠토를 좋아하는 거 같지? 상관없다. 나는 끝까지 죽어서 무덤에 까지 이 사실을 이야기하지 않을 거고 우린 친구니까. 연인보다는 친구가 더 오래 볼 수 있잖아? 아카아시한테 내가 아닌 연인이 생긴다? 상관없어. 어차피 아카아신 연인한테 삐졌을 때도 화가 났을 때도 고민이 될 때도 싸웠을 때도 우리, 나한테 와서 얘기할 테니까. 그걸로 만족해. 아카아시가 결혼을 할 때 사회도 내가 봐주고 축가도 내가 불러주고 축의금도 제일 많이 넣을 거야. 혹시나 이혼이 하고 싶다고 한다면 좋다고 두 팔 벌려 도와주겠지만. ㅋㅋㅋㅋㅋㅋ
욕심 내지 않는 거야. 그냥 이렇게, 이정도로 만족하는 거야. 아카아시는 나를 만나 행복해 질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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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오, 나 니가 좋아”
“그래~ 나도 좋아~”
“아니 그러니까...! 좋다고!! 남자로써!! 친구로서가 아닌!! 쿠로오 너라는 존재 자체를.”
“...뭐?
...못 들은 걸로 해줄게. 월요일에 봤을 때 언제나 처럼 인사할 거니까 아카아시 앞에서 티내지마.“
왜 화가 난걸까. 나라서? 내가 남자라서??
쿠로오랑은 아카아시랑 내가 먼저 1학년 때 만나고 2학년이 돼서 만나게 됐다. 성격이 워낙 능글맞고 친화력도 눈치도 분위기 파악도 빠르고 좋아서 금방 친해질 수 있었고, 처음부터 쿠로오가 마음에 들었다. 그냥 단순히 쟤랑 친구가 되면 좋을 거 같아!! 인줄 알았는데 이제 와 생각해보면 그게 아니었던 거 같다.
나의 성 정체성은 중학교 때부터 알고 있었고, 아카아시한테는 얘기 하지 않았다. 물론 쿠로오도 마찬가지.
근데.
내가 일을 저질렀다.
“...그리고 보쿠토, 너 그 생각이 바로 행동으로 나오는 거 좀 고쳐. 여러 사람 피 흘리게 하고 싶지 않으면.”
쿠로오가 좋다고 친해지고 싶다 생각하자마자 다가가서 인사를 하고 그날 바로 친해졌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눈치 빠르고 아카아시랑은 다른 방향으로 똑똑하고 안 그러게 생겨서는 은근 짓궂은 장난도 좋아하고, 우리 중에 제일 놀기를 좋아한다. 근데 수업 시간에 딴 짓도 안 하고 졸지도 않고 수업만 열심히 듣는 모습과 체육시간에 날아다니는 모습, 누구든 가리지 않고 스스럼없이 대하고 자기 기분을 다른 사람에게 기분 상하지 않게 똑바로 얘기하는 것까지. 뭐든 척척 해내는 쿠로오가 내겐 너어~~~~~~무 멋있어 보였다.
그래서 이런 쿠로오를 안 좋아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쿠로오랑 결혼도 할 수 있다면 결혼도 하고 싶어. 나는 아마 쿠로오를 많이 좋아해, 아니 사랑해. 좋아한다고 말하고 싶어서 입이 막 근질근질 거려. 근데 이거 꼭 참아야 하는 거야? 그냥 얘기하면 안 돼?
맞다. 나는 생각을 오래하지 않는다. 뭐든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일단 내가 좋고 신나고 즐거운 것부터 생각한다. 하지만 이번엔 내 판단이 틀렸다. 토요일에 얘기하길 잘 했다고 생각했다. 다음날에도 완전히 기운이 없어서 침대에서 꼼짝도 안 했다.
“아카아시...나 쿠로오한테 고백했어...”
“.........뭐래?”
“못 들은 걸로 해 주겠데”
“...”
“아카아시...나 너무 슬퍼...”
아무 말없이 꼭 안아주던 아카아시의 품이 너무 따뜻해서 눈물이 났다. 이 품이 쿠로오의 품이 아니라 생각하니 더 슬퍼졌다.
내일 학교에서 평소처럼 대해준다고 했는데 그게 과연 잘 될까? 내가 잘 받아들일 수 있을까? 내가 그 상황을 앞으로 함께 있을 시간을 장하게 견뎌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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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안 받아준거야!”
“아카아시 일단 진정해”
“왜 그런거냐고 왜!!! 너는 내가 보쿠토 좋아하는 거 알고 있었잖아. 그러면서 어떻게 니ㄱ...!!!!!”
“알고 있으니까 그런 거 아냐!! 나도 힘들어!! 나도 힘들다고!!!! 왜 보쿠토는 니가 아닌 나를 좋아하는 걸까!! 나는 왜 너를 좋아할 수 밖에 없었을까!!!!”
“...뭐?”
“하......좋아해. 죽어서 무덤까지 가져가려고 했는데 그냥 얘기할래. 나, 너 좋아해. 아마 사랑하는 거 같아.”
“...너...너...니가 나한테 그러면 안 되잖아...”
“아카아시, 가지 말아 봐. 잠깐만 아카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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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아시. 쿠로오가 너 좋아하는 거 알고 있었어?”
“...뭐?”
“오늘 그러더라 너한테 고백했다고. 그런데 차였다고.”
“......”
“왜 니가 울려고 해? 울려면 내가 울어야지!! 너! 내가 쿠로오 좋아하는 거 알고 있었으면서...그동안 내가 쿠로오 쿠로오 거렸던 게 얼마나 우스웠어?”
“보쿠토 그런 게 아ㄴ...”
“시끄러. 니말 듣고 싶지 않아. 나, 지금은 니가 너무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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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보쿠토에게 고백도 못 해보고 쿠로오한테 고백을 받았으며, 보쿠토한테 싫다는 소리까지 들었다.
하하.
이젠 뭐가 잘못된 건지 어디서부터 틀어진 건지 알 길이 없다. 처음 고등학교에 들어와서 만난 인연들. 3년 동안 너무 많은 추억이 있었고 기억들이 자리 잡았으며 이것들은 단 한순간에 모두 흩어져버렸다.
우리의 반찬거리들이었던 20대의 새로운 추억들은 누구와 만들어 가고 기억 속엔 누가 자리 잡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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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색은 원래 없는 색인데 외국에서 어떤 사람은 파랑색을 만들어 낸 거래. 그래서 파란 장미의 꽃말은 기적. 그리고 불가능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이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