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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노아카] 크리스마스엔 특별한 일과,
쀼뺩쁍뺘
2016. 12. 12. 23:43
※크리스마스 합작에 참여한 소설입니다. :)
< 크리스마스엔 특별한 일과, >
[코노아카] / W.뺘뺘쀼쀼
(BGM. Sam Ock- Who Would`ve Thought)
크리스마스하면 머릿속으로 환하게 떠오르는 영화의 한 장면에서 빌려온 듯 아름다운 트리와 거리마다 예쁘게 포장된 가게들과 별을 닮은 조명들, 집집마다 떠오르는 선물을 받고 좋아서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그걸 지켜보는 부모님들의 거짓 없는 웃음, 이 모든 것을 하나로 묶는 하얀 눈.
크리스마스가 오기도 전에 들떠버리는 마음은 나 혼자선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
크리스마스엔 어디서 근사한 저녁을 같이 먹을까?
크리스마스에 어울리는 근사한 선물은 뭐가 좋을까?
종일 붙어있을 내 연인과 뭘 하면서 하루를 보내야 잘 보냈다고 소문이 날까?
근사한 하루를 보냈다며 친구들에게 자랑을 하게 해줄 수 있을까?
근사한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을까?
올해엔 나 혼자만의 크리스마스가 아니길. 연인에게 줄 선물을 앞에 앉혀두고, 와인 잔을 두고, 혼자 입을 열며, 케이크를 자르지 않길.
꿈을 꿨다. 아카이시와 지독하게 싸운 후 헤어지는 꿈. 평소 같으면 신경도 안 썼을, 그냥 평소와 같이 아카아시를 만나 이런 지독한 꿈을 꿨다며 칭얼거리고 끝났을 꿈을.
“나 오늘도 너랑 헤어지는 꿈 꿨어.”
“그렇습니까? 요즘 저랑 헤어지는 꿈을 많이 꾸시네요.”
“응. 그러게.”
권태기. 친구들이 나에게 손가락질 하며 하는 말이다.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그냥 선후배, 절대 그 이상으론 보지 않을 거라고, 그게 무슨 연인의 모습이냐고.
“우리 크리스마스에 뭐 할까?”
“특별히 뭐 할게 있나요? 그냥 케이크랑 술이나 사서 간단히 보내시죠.”
“영화 같은 거도 안 보고?
“... 그럼 그렇게 하시죠”
“밥도 맨날 가는 집 말고 밖에서 먹고 싶어”
“...네. 좋아요.”
권태기라,,, 글쎄. 딱히 아카아시한테 싫증이 난다거나 마음이 식은 건 아니다. 물론 아카아시는 어떻게 생각하고, 처음과는 온도차가 좀 날지 모르지만, 그래도 여전히 아카아시가 좋은 걸.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곁에 있는 아카아시는,, 꿈도 꾸기 싫다.
아, 그건가? 내가 갖긴 싫고 남한테 주긴 아깝다, 라던가.
흐음,,,,,, 글쎄 이건 또 어떠려나...
“야, 좀 있으면 크리스마슨데 우리 뭐 하냐.”
“...그러게 ㅅㅂ... 올해도 우리끼리냐?...”
“... 그래도 저 새끼는 같이 보낼 사람 있음. 배신자 새끼.”
“뭐? 갑자기 왜 그렇게 되는 건데?”
“하... 크리스마스에 뭐 할거냐?”
“어? ...글세 생각 안 해봤는데”
“야, 야, 너 진짜 그러다가 아카아시한테 차인다~ 정신 차려 이 새끼야! 올해도 우리랑 같이 보내고 싶냐?? 니같은 놈이 뭐라고 지금까지 옆에 있어준 거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존나 멋진 개 비싼 레스토랑이라도 예약하라고 이 놈아!!”
“응. 안 그래도 레스토랑은 벌써 예약해놨어.”
“허.”
“와. 이 새끼...”
“니가 그렇게 신사적인 일을 했다고?”
“와... 그래도 저 새끼 매년 우리랑 있진 않았지...”
“... 하긴, 그렇다고 둘도 아니었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
크리스마스이브.
이브부터 크리스마스까지 여행이라도 갔다 올까 했는데 아카아시가 친구들이랑 약속이 있다고 해서 나는 시간이 비어버렸다.
집에만 계속 있기엔 밖에서 새어 들어오는 크리스마스 전날의 열기와 소리들이 몸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이브 맞이 세일이라도 하고 있겠거니 하고 집 근처 백화점에 갔다. 역시나 사람들이 넘쳐나고 여기저기 가족들과 커플들이 천지. 이 사람들 사이에서 나 혼자라니...
아카아시가 갖고 싶다 했던 코트, 구두, 장갑. 전부 다 사버렸다. 한 3년 정도 일하고 있는 카페에서 사장님이 올해는 장사가 잘 됐다며 보너스를 잔뜩 챙겨준 덕분이었다.
... 사실은, 주위에서 모두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며 옷들과 악세사리들을 사주고 고맙다고 받으며 기뻐하는 모습이 아카아시가 나의 선물을 받고 어떤 표정을 지을까? 얼마나 기뻐할까? 로 겹쳐 보여 살 수 밖에 없었다.
하하. 크리스마스가 이렇게 기대되긴 사회로 나온 후로는 처음인 거 같다.
“야, 너는 그 요즘 그 그 그 그으~ 아 왜 그분! 잘 만나고 있냐?”
“어? , 아, ... 코노하씨?”
“어어어! 맞다 코노하!”
“뭐... 그렇다면 그렇고 아니라면 아니지”
“응? 무슨 소리야 그게 ...차였냐?”
“ ...아니야.”
“...”
“... 그냥 좀, ,, 요즘 나한테 질려하는 거 같아... 나도 좀...그닥 좋아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고...근데 또 하는 행동보면 아닌 거 같기도 하고, .... 맞는 거 같기도 하고, ... 그래서 나도 계속 말이 모나게 튀어나가고, 좀, 그래...”
ㅋㅋㅋㅋㅋㅋ“아카아시가 이렇게 초조해 하는 건 진짜 드문 일인데?? 계속 얘기 해 봐.”
코노하씨와 나는 작년 1월, 아침마다 커피를 마셔야 하는 나의 습관 때문에 만나게 됐다. 항상 가던 곳만 가는데 그날따라 그 카페에 가고 싶었다. 어쩌지 생각하는데 몸은 이미 그곳을 향하고 있었다.
뭐라고 했었더라?
“커피는 사랑을 담아서 내리면 그 어떤 맛있는 커피보다 맛있어 지죠. 제가 항상 이 시간에 내리는 커피는 하루 중에 제일 맛있는 커피에요. 그쪽이 오는 시간이거든요. 이름을 알려 주실 수 있나요?”
하하. 낯간지러워 죽는 줄 알았다. 고개를 숙이고 바로 나와 버렸지만 귀에서 뒷목까지 다 빨게 지는 탓에 부끄러워하는 게 다 티 났을 거다. 이 날 종일 일이 손에 안 잡혔지. 결국에는 조퇴하고 나와서 다시 카페로 가서는 이름을 알려주고 일이 다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집까지 같이 갔다.
연애의 처음은 언제나 달콤하다. 어느 노래의 가사처럼 공기마저 달콤하다. 차갑고 날카롭기만 했던 어두운 집안도 따뜻하고 둥글게 변한다. 언제나 이 느낌이 지속되진 않을 거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이렇게 되니 섭섭하고 서운한 마음은 어쩔 수 없나보다. 나도 변하지 않았다고 할 순 없지만 그래도,,, 언제까지나 사랑만 받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똑같지 않겠어?
“ 그래서 크리스마스에 뭐 하기로 했어?”
“그냥 뭐, 영화나 보고 밥이나 먹고...”
“흠. 그냥 평범하네.”
“...응.”
“...하하. 그래도 상관없다는 표정이네.”
“뭐,ㅅ,!! 뭐야 그게.”
“아무튼 뭐, 너 그 사람이랑 헤어지면 나한테 와. 내가 잘 해줄게.”
“또 그 소리.”
“... 오늘 이만 들어가자 푹 자고 일어나야 내일 더 예뻐 보이지”
“...응”
오랜만에 멋있게 차려입었다. 검은 슬랙스에 하얀 니트, 어제 백화점에서 아카아시랑 맞춰 입으려고 하나 더 산 파란색 코트. 선크림도 좀 발라보고 립밤도 좀 발라보고 왁스로 머리도 좀 만져봤다. 향수도 좀 뿌려보고 어느새 신발장 제일 위에 있는 구두도 좀 꺼내 신어봤다. 연애 초반엔 항상 이러고 다닌 거 같은데 언제부터 편하게만 나갔더라,,, 내가 먼저 좋아서 고백하고 사귀게 된지 1년도 안 됐는데 이렇게나 까마득하다니,, 나 진짜 쓰레기네.
좀 들떠버려서 약속시간보다 40분이나 일찍 도착해버렸다. 지금까지 나의 행동들을 돌아보며 반성하는데 오늘도 결국 혼자 보내야 하는 건 아니겠지? 에이... 설마... 하는 생각이 들었다. 쇼핑백을 손목에 걸고 손을 코트 주머니에 넣고 발을 동동 굴리며 고개를 숙이고 몸을 움츠리고 있던 걸 다 해제시키고 고개를 들었다.
“...아카아시”
예쁘다. 최고로 예쁘다.
검은 바지에 갈색 니트에 회색코트, 흰 운동화, 아카아시답지 않은 올린 머리. 추운 듯 조금 빨게 진 뺨. 당장이라도 다른 사람들이 못 보게 집으로 데려간 후 왕창 사랑해 주고 싶다.
“안녕하세요. 코노하씨.”
“하하. 아카아시, 너무 예뻐서 순간 말하는 법 까먹을 뻔 했어.”
“읏, 무슨 그런 부끄러운 소릴 하시는 겁니까.”
“...진짜야. 오늘 최고로 예뻐.”
“...코노하씨도,, 오늘 굉장히 멋있으세요...”
“하하”
“윽 숨막힙니다 코노하씨”
“아카아시 좋아해”
“...알고있습니다”
사실 조금 질린 감이 없잖아 있었다고 생각한다. 크리스마스 때 최고로 멋지게 하고 나가서 상대가 꾸미지도 않고 그냥 쫄래쫄래 나와서 간단한 선물도 하나 안 들고 나온다면 오늘 약속은 다 취소하고 그냥 헤어지자고, 만약 그쪽에서도 최고로 멋있게 꾸미고 왔는데도 나의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그건 그거대로 끝내버리자고 생각했다.
하하.
크리스마스라는 건 참 신기하다. 특별히 무언 갈 하려 하지 않아도 그 분위기에, 그 공기에, 사람들에 동화되어 다 특별하고 멋있고 근사해진다.
역시 나는 아카아시가, 코노하씨가, 너무너무 좋은 거야. 숨 막히게 멋있는, 예쁜, 저 모습이 다시 나를 뛰게 하잖아.
“크리스마스 정말 최고네, 아카아시.”
“크리스마스 정말 최고군요, 코노하씨.”
“ “메리 크리스마스.” “
< 크리스마스엔 특별한 일과, >
[코노아카] / W.뺘뺘쀼쀼
(BGM. Sam Ock- Who Would`ve Thought)
크리스마스하면 머릿속으로 환하게 떠오르는 영화의 한 장면에서 빌려온 듯 아름다운 트리와 거리마다 예쁘게 포장된 가게들과 별을 닮은 조명들, 집집마다 떠오르는 선물을 받고 좋아서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그걸 지켜보는 부모님들의 거짓 없는 웃음, 이 모든 것을 하나로 묶는 하얀 눈.
크리스마스가 오기도 전에 들떠버리는 마음은 나 혼자선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
크리스마스엔 어디서 근사한 저녁을 같이 먹을까?
크리스마스에 어울리는 근사한 선물은 뭐가 좋을까?
종일 붙어있을 내 연인과 뭘 하면서 하루를 보내야 잘 보냈다고 소문이 날까?
근사한 하루를 보냈다며 친구들에게 자랑을 하게 해줄 수 있을까?
근사한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을까?
올해엔 나 혼자만의 크리스마스가 아니길. 연인에게 줄 선물을 앞에 앉혀두고, 와인 잔을 두고, 혼자 입을 열며, 케이크를 자르지 않길.
꿈을 꿨다. 아카이시와 지독하게 싸운 후 헤어지는 꿈. 평소 같으면 신경도 안 썼을, 그냥 평소와 같이 아카아시를 만나 이런 지독한 꿈을 꿨다며 칭얼거리고 끝났을 꿈을.
“나 오늘도 너랑 헤어지는 꿈 꿨어.”
“그렇습니까? 요즘 저랑 헤어지는 꿈을 많이 꾸시네요.”
“응. 그러게.”
권태기. 친구들이 나에게 손가락질 하며 하는 말이다.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그냥 선후배, 절대 그 이상으론 보지 않을 거라고, 그게 무슨 연인의 모습이냐고.
“우리 크리스마스에 뭐 할까?”
“특별히 뭐 할게 있나요? 그냥 케이크랑 술이나 사서 간단히 보내시죠.”
“영화 같은 거도 안 보고?
“... 그럼 그렇게 하시죠”
“밥도 맨날 가는 집 말고 밖에서 먹고 싶어”
“...네. 좋아요.”
권태기라,,, 글쎄. 딱히 아카아시한테 싫증이 난다거나 마음이 식은 건 아니다. 물론 아카아시는 어떻게 생각하고, 처음과는 온도차가 좀 날지 모르지만, 그래도 여전히 아카아시가 좋은 걸.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곁에 있는 아카아시는,, 꿈도 꾸기 싫다.
아, 그건가? 내가 갖긴 싫고 남한테 주긴 아깝다, 라던가.
흐음,,,,,, 글쎄 이건 또 어떠려나...
“야, 좀 있으면 크리스마슨데 우리 뭐 하냐.”
“...그러게 ㅅㅂ... 올해도 우리끼리냐?...”
“... 그래도 저 새끼는 같이 보낼 사람 있음. 배신자 새끼.”
“뭐? 갑자기 왜 그렇게 되는 건데?”
“하... 크리스마스에 뭐 할거냐?”
“어? ...글세 생각 안 해봤는데”
“야, 야, 너 진짜 그러다가 아카아시한테 차인다~ 정신 차려 이 새끼야! 올해도 우리랑 같이 보내고 싶냐?? 니같은 놈이 뭐라고 지금까지 옆에 있어준 거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존나 멋진 개 비싼 레스토랑이라도 예약하라고 이 놈아!!”
“응. 안 그래도 레스토랑은 벌써 예약해놨어.”
“허.”
“와. 이 새끼...”
“니가 그렇게 신사적인 일을 했다고?”
“와... 그래도 저 새끼 매년 우리랑 있진 않았지...”
“... 하긴, 그렇다고 둘도 아니었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
크리스마스이브.
이브부터 크리스마스까지 여행이라도 갔다 올까 했는데 아카아시가 친구들이랑 약속이 있다고 해서 나는 시간이 비어버렸다.
집에만 계속 있기엔 밖에서 새어 들어오는 크리스마스 전날의 열기와 소리들이 몸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이브 맞이 세일이라도 하고 있겠거니 하고 집 근처 백화점에 갔다. 역시나 사람들이 넘쳐나고 여기저기 가족들과 커플들이 천지. 이 사람들 사이에서 나 혼자라니...
아카아시가 갖고 싶다 했던 코트, 구두, 장갑. 전부 다 사버렸다. 한 3년 정도 일하고 있는 카페에서 사장님이 올해는 장사가 잘 됐다며 보너스를 잔뜩 챙겨준 덕분이었다.
... 사실은, 주위에서 모두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며 옷들과 악세사리들을 사주고 고맙다고 받으며 기뻐하는 모습이 아카아시가 나의 선물을 받고 어떤 표정을 지을까? 얼마나 기뻐할까? 로 겹쳐 보여 살 수 밖에 없었다.
하하. 크리스마스가 이렇게 기대되긴 사회로 나온 후로는 처음인 거 같다.
“야, 너는 그 요즘 그 그 그 그으~ 아 왜 그분! 잘 만나고 있냐?”
“어? , 아, ... 코노하씨?”
“어어어! 맞다 코노하!”
“뭐... 그렇다면 그렇고 아니라면 아니지”
“응? 무슨 소리야 그게 ...차였냐?”
“ ...아니야.”
“...”
“... 그냥 좀, ,, 요즘 나한테 질려하는 거 같아... 나도 좀...그닥 좋아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고...근데 또 하는 행동보면 아닌 거 같기도 하고, .... 맞는 거 같기도 하고, ... 그래서 나도 계속 말이 모나게 튀어나가고, 좀, 그래...”
ㅋㅋㅋㅋㅋㅋ“아카아시가 이렇게 초조해 하는 건 진짜 드문 일인데?? 계속 얘기 해 봐.”
코노하씨와 나는 작년 1월, 아침마다 커피를 마셔야 하는 나의 습관 때문에 만나게 됐다. 항상 가던 곳만 가는데 그날따라 그 카페에 가고 싶었다. 어쩌지 생각하는데 몸은 이미 그곳을 향하고 있었다.
뭐라고 했었더라?
“커피는 사랑을 담아서 내리면 그 어떤 맛있는 커피보다 맛있어 지죠. 제가 항상 이 시간에 내리는 커피는 하루 중에 제일 맛있는 커피에요. 그쪽이 오는 시간이거든요. 이름을 알려 주실 수 있나요?”
하하. 낯간지러워 죽는 줄 알았다. 고개를 숙이고 바로 나와 버렸지만 귀에서 뒷목까지 다 빨게 지는 탓에 부끄러워하는 게 다 티 났을 거다. 이 날 종일 일이 손에 안 잡혔지. 결국에는 조퇴하고 나와서 다시 카페로 가서는 이름을 알려주고 일이 다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집까지 같이 갔다.
연애의 처음은 언제나 달콤하다. 어느 노래의 가사처럼 공기마저 달콤하다. 차갑고 날카롭기만 했던 어두운 집안도 따뜻하고 둥글게 변한다. 언제나 이 느낌이 지속되진 않을 거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이렇게 되니 섭섭하고 서운한 마음은 어쩔 수 없나보다. 나도 변하지 않았다고 할 순 없지만 그래도,,, 언제까지나 사랑만 받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똑같지 않겠어?
“ 그래서 크리스마스에 뭐 하기로 했어?”
“그냥 뭐, 영화나 보고 밥이나 먹고...”
“흠. 그냥 평범하네.”
“...응.”
“...하하. 그래도 상관없다는 표정이네.”
“뭐,ㅅ,!! 뭐야 그게.”
“아무튼 뭐, 너 그 사람이랑 헤어지면 나한테 와. 내가 잘 해줄게.”
“또 그 소리.”
“... 오늘 이만 들어가자 푹 자고 일어나야 내일 더 예뻐 보이지”
“...응”
오랜만에 멋있게 차려입었다. 검은 슬랙스에 하얀 니트, 어제 백화점에서 아카아시랑 맞춰 입으려고 하나 더 산 파란색 코트. 선크림도 좀 발라보고 립밤도 좀 발라보고 왁스로 머리도 좀 만져봤다. 향수도 좀 뿌려보고 어느새 신발장 제일 위에 있는 구두도 좀 꺼내 신어봤다. 연애 초반엔 항상 이러고 다닌 거 같은데 언제부터 편하게만 나갔더라,,, 내가 먼저 좋아서 고백하고 사귀게 된지 1년도 안 됐는데 이렇게나 까마득하다니,, 나 진짜 쓰레기네.
좀 들떠버려서 약속시간보다 40분이나 일찍 도착해버렸다. 지금까지 나의 행동들을 돌아보며 반성하는데 오늘도 결국 혼자 보내야 하는 건 아니겠지? 에이... 설마... 하는 생각이 들었다. 쇼핑백을 손목에 걸고 손을 코트 주머니에 넣고 발을 동동 굴리며 고개를 숙이고 몸을 움츠리고 있던 걸 다 해제시키고 고개를 들었다.
“...아카아시”
예쁘다. 최고로 예쁘다.
검은 바지에 갈색 니트에 회색코트, 흰 운동화, 아카아시답지 않은 올린 머리. 추운 듯 조금 빨게 진 뺨. 당장이라도 다른 사람들이 못 보게 집으로 데려간 후 왕창 사랑해 주고 싶다.
“안녕하세요. 코노하씨.”
“하하. 아카아시, 너무 예뻐서 순간 말하는 법 까먹을 뻔 했어.”
“읏, 무슨 그런 부끄러운 소릴 하시는 겁니까.”
“...진짜야. 오늘 최고로 예뻐.”
“...코노하씨도,, 오늘 굉장히 멋있으세요...”
“하하”
“윽 숨막힙니다 코노하씨”
“아카아시 좋아해”
“...알고있습니다”
사실 조금 질린 감이 없잖아 있었다고 생각한다. 크리스마스 때 최고로 멋지게 하고 나가서 상대가 꾸미지도 않고 그냥 쫄래쫄래 나와서 간단한 선물도 하나 안 들고 나온다면 오늘 약속은 다 취소하고 그냥 헤어지자고, 만약 그쪽에서도 최고로 멋있게 꾸미고 왔는데도 나의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그건 그거대로 끝내버리자고 생각했다.
하하.
크리스마스라는 건 참 신기하다. 특별히 무언 갈 하려 하지 않아도 그 분위기에, 그 공기에, 사람들에 동화되어 다 특별하고 멋있고 근사해진다.
역시 나는 아카아시가, 코노하씨가, 너무너무 좋은 거야. 숨 막히게 멋있는, 예쁜, 저 모습이 다시 나를 뛰게 하잖아.
“크리스마스 정말 최고네, 아카아시.”
“크리스마스 정말 최고군요, 코노하씨.”
“ “메리 크리스마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