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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노아카] 그대에게 가는 길,


  코노아카  <그대에게 가는 길,>

  아카아시 (24): 경영학도. 로 하기로 했는데 그냥 내 맘대로 미대생

   코노하 (26): 체대생

 

     

 

아카아시! 너 그, 운동하는 사람한테 집에 있는 운동기구 팔기 끝났어??”

? 아니요. 아직 하는 중 입니다만, ...”

내 친구 중에 운동하는 애 있는데 걔한테 얘기해보니까 꽤 관심 갖더라고~ 그래서 오늘 우리 술 마시러 가는데 오라고 했거든!! 아직 안 팔렸다니 다행이네!!!”

“...감사하긴 한데 벌써 팔렸으면 어떡할 뻔 했습니...”

헤이 헤이 헤이! 안 팔렸으니까 됐지 뭐!! 하하하!!!!”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는 말했다.

더 많이 사랑하는 것 외에 다른 사랑의 치료약은 없다.

 

 

아주 아주 오래 전,

내가 태어나고 처음 내 두발로 땅을 딛고 일어섰을 때부터, 나의 눈으로 들어오는 자극이 뇌로 올라가 지각이라는 걸 하게 됐을 때부터,! 좋아하던 사람이 있었다.

좋아하다, 를 넘어서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다. 지금으로썬 동경의 대상이 되어버린, ,

날카롭고 차가운, 그렇지만 결코 차갑지만은 않은 인상. 전체적으로 길쭉하면서 날렵한 선. 계속 듣고 싶게 만드는 호소력 짙은 목소리. 내가 중학교 2학년 때까지 같은 동네에 살았는데 말 한마디도 못 해본, 이름도 모르는,

~청 멋있는 형.

 

 

 

 

  

 

 

 

 

 

딸꾹.

흐아~~.

 

봌톳쌍...대체 그 사람은 언제 오는 겁니까아아....”

? 아카아시...?”

~....그 사람 언제 오냐구요......”

ㅋㅋㅋㅋㅋㅋ 어이 어이 이 녀석 위험한데?” ㅋㅋㅋㅋㅋㅋ

아카아시~~~~~너무 취한 거 아냐??” ㅋㅋㅋㅋㅋㅋㅋ

아닙니따!!!! 그보따 언제 오냐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흐음?”ㅋㅋㅋㅋㅋㅋㅋㅋ! 코노하!!! 이제 오는 거냐 이자식! 오라고 한지가 언젠데!!”

~ 미안미안. 그래도 늦은 거 알고 바로 왔으니까 좀 봐줘.”

아카아시! 얘가 걔야!! 이름은 코노하! 코노하 아키노리

 

 

만화 같은 거 많이 봐? 그런 거 있잖아 왜, 처음 본 사람을 보자마자 바람이 훅-! 들어오면서 꽃잎도 좀 날리고 눈앞에는 그 사람의 웃는 모습. 기적이 일어날 확률이 로또에서 일등 당첨 될 확률이랑, 벼락 맞을 확률이랑 같다고 했었나? 오늘 로또 사러 가야겠다.

 

테이블에 엎어졌던 몸을 일으켜 세웠다. 앞에 보쿠토상의 팔을 잡고 있던 손을 놨다. 눈은 계속 코노하란 사람을 쫓았다. 손이 떨렸다. 심장이 막, 지진난 거처럼 뛰었다.

 

안녕. 코노하야. 우리보다 둘 아래...맞지? 아카아시랬나?”

 

지금껏,

그토록 찾아 헤매던 사람이,

내 눈앞에 있다.

나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

 

, 네 맞습니다. 반가워요 코노하씨.”

 

그의 손은 어릴 적 내 상상만큼이나 부드러웠다. 오늘 점심 때 먹은 슈크림 빵 만큼이나 부드러웠다.

 

, 그럼 너 지금 많이 취한 거 같기도 하고, 보쿠토한테 집 주소는 들었으니까 내일 8시 쯤 보러 갈게. 괜찮지?”

. 괜찮습니다. 그럼 내일 뵐게요.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급히 밖으로 나왔다. 갑자기 한 번에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난 거 같아 머릿속이 복잡했다. 놀이기구를 쉬지 않고 20번이나 탄 것같이 정신이 없었다. 집에 도착해서도 들뜨는 이 마음은 가라앉을 생각을 않고 계속 해서 속도를 더 해만 간다.

코노하 아키노리. 코노하 아키노리!

 

고개를 조금 돌리면 창문으로 보이는 깜깜한 밤하늘. 거기 떠있는 별, 네온사인들. 가슴에 손을 얹어 보아도 손으로 침대보를 꽉 잡아 봐도 도저히.

운명 같은 건 영화나 드라마, 소설책에서나 나오는 거라고 이건 현실이라고 아무리 꿈을 꿔도 이루어질 수 없는 건 이루질 수 없다고 원래부터 우린 그냥 그렇게 계속 모르는 사이로, 나중엔 나도 그 사람을 잊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 완전히 잊고 살 거라고, 그렇게 믿었는데.! 매일 보던 천장이 평소보다 빛나는 거 같다.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깼다. 어제 일이 기억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지. 그렇게나 큰 일이 있었는데. 씻으면서도 물이 노래를 불러 주는 거 같고, 창문을 열면서도 답답한 공기뿐만이 아니라 나의 마음까지도 환기를 시켜주는 거 같다. 입이 귀에서 내려 올 생각을 않는다.

옷은 꾸민 듯 안 꾸민 듯 자연스럽게, 코노하씨가 온다고 아침 댓바람부터 들떠있었다는 걸 들켜서는 안 된다. 전신 거울을 보면서 왁스를 좀 해 볼까? 머리 끝을 만지작 거리는데

 

띵동 -

 

드디어 올 것이 왔다. 표정이 살짝 굳어지고,

 

어서오세요. 코노하씨.”

 

목소리도 좀 갈라진 거 같다.

 

하하 응 고마워.”

 

...내가 뭐 잘 못 말했나? 너무 꾸몄나?

 

.

문이 닫히고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가는 코노하씨의 뒷모습을 보니 굳었던 표정도 풀리고 방안이 따뜻한 색들로 가득하다.

 

   

 

 

 

 

-

 

 

 

  

 

 

, , , 코노하.”

? ?”

아카아시가 운동하는 사람한테 집에 있는 운동기구 팔기를 한데.”

그래?”

.”

“...”

“....... 왜 그렇게 쳐다 봐.”

“...”

“...싫어.”

아아아아아~~~~~~ ~~하아~~~~~”

니가 사주면 되잖아!”

! 내가 돈이 어디있냐!!”

! 뭐 이런 뻔뻔한 놈을 다 보겠네. 나는 그럼 집에서 황금 거위라도 키우는 줄 아냐!!”

~~~ 좀 도와줘~~~~~ 내가 걔 얼마나 아끼는 지 알잖아~~ 아아아아아~~~~~”

 

딱히 싫은 건 아니다. 나도 요즘 팔굽혀펴기 할 때 쓰는 기구가 망가져서 하나 살까 하고 있었다. 그냥 가서 그게 있나 물어보고, 구경이나 좀 하고, 가격도 좀 물어보고, 그 자리에서 계산하고 받아 오면 되는데,

그게 아카아시라는 사람이라는 게 문제다.

, , 그래, 아는 거라곤 성이랑 성별이랑 나이랑 전공과목 밖에 없지만, ...그렇지만,!! ... 내 첫 짝사랑이랑 이름이 같아서... 그게 문제다.

알아. 나도 알아. 아카아시라는 성을 쓰는 사람이 걔 밖에 없는 것도 아니고, 성이 같다고 해서 그 애라는 보장도 없지. 근데, 그냥, 그냥 좀, , 그냥 마음이 그렇다는 거지. 마음이... 그리고 혹시나 그 애면... 그 애면... ...애면... 좋은 거 아닌가? 아니어도 뭐, 밑져야 본전이지.

 

그래. 대신 한달 동안 내 저녁은 니가 책임진다.”

헤이 헤이 헤이!!!! 그런 것쯤이야 아무 것도 아니라고~~ 좋았어! 주소 알려 줄 테니까 아무 때나 찾아가 봐!”

“...?”

?”

주소를 갑자기 왜 알려줘. 줄 거면 번호를 줘야지.”

...! “! , ! 내 사랑스러운 후배한테 무슨 짓을 하려고! !”

. “병신아. 누가 번호도 얼굴도 모르는 사람한테 아무렇게나, 그것도 다른 사람이 주소를 주냐고!!”

, 아하,! 근데 벌써 보냈는... ! 자꾸 손 올라간다~ ! 운동하는 애가 막 사람 머리를 막 그렇게 막 때려서 되겠냐?!!”

... 일단 어디서 같이 만나자.”

! 우리 내일 쿠로오랑 아카아시랑 셋이서 술 마시러 가기로 했는데 올래?? 아니 와라!!”

그래. 어디서 마실 건데?”

어디긴 어디야 우리 학교 앞 술집이... ! 아프다니까!!!”

부탁하는 놈이 양심도 없지. 알았어. 내일 위치나 찍어 보내줘. 나 먼저 간다.”

 

 

사실 좀 설렌다. 두근두근, 혹시 진짜로 걔면 어쩌지? 뭐라고 인사하지? 그때보다 얼마나 컸을까? 얼굴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

벌써부터 이런 생각을 하다니 완전 바보네 나. ... 변태 같나?

오늘 올려다 본 하늘은 서로 짝을 지어 춤을 추고 있었다.

 

 

하아. 하아. 하아. ~.

---

 

- 코노하! 여기다!!!

 

일단 저건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가쁜 숨을 가다듬으면서 씻으러 들어갔다. 씻으면서 무슨 생각으로 물을 들고 머리를 감고 몸을 씻고 한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멍- 하다.

오늘. 아카아시를 보러 간다니. 물론 그 아카아시가 아닐 수도 있지만, ~청 긴장 되. 하하. 수건으로 닦고 옷을 입고 머리를 말리는 동안, 아무리 아파도 운동을 해서 그런지 한 번도 떨어 본 적 없는 손이 다 떨린다.

 

알았다고 답장은 했다. 쟤네들 학교 근처로도 내가 일하는 곳이랑 가까워서 금방 왔다. 이제 그냥 걸어서 가게로 가고 문을 열고 자연스럽게 그 녀석들과 인사를 하고 아카아시라는 사람을 확인하고 같이 술 마시고 하면 된다. 하면 된다. 하면 된다.

이렇게 그냥 좀 쭈그리고 앉아서 있다가 갈까 하다가 40분이 넘게 지났다.

.

이제 진짜 가야지.

 

 

 

 

딸랑~.

어서오세요.”

, 저 일행 찾으러 왔어요.”

 

저기 녀석들의 뒷통수가 보인다.

그리고 그토록 찾아 헤매던 아카아시의 모습도 보인다.

심장 박동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손에 땀이 난다. 입이 마른다. 나 오늘 괜찮지? 어디 이상한데 없이? 샤워도 하고 나왔었지? 안 이상하지 나?

어느새 녀석들 자리에 가까워지고 아카아시와 눈이 마주쳤다.

안 되겠다. 오늘은 안 된다. 아니야. 그나저나 이 녀석 왜 이렇게 술 많이 마신거야? 이 새끼들 우리 아카아시한테 술을 이렇게나 많이 먹이다니!!

그래도 가까워지니까 진정이 좀 된다. 생각이 말을 따라가진 못하지만 괜찮은 거 같다.

 

안녕. 코노하야. 우리보다 둘 아래...맞지? 아카아시랬나?”

, 네 맞습니다. 반가워요 코노하씨.”

! 미친. 코노하씨래!!

 

, 그럼 너 지금 많이 취한 거 같기도 하고, 보쿠토한테 집 주소는 들었으니까 내일 8시 쯤 보러 갈게. 괜찮지?”

. 괜찮습니다. 그럼 내일 뵐게요.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

...나 지금 뭐 한 거니?

아키노리. 너 진짜 바보냐?? 그냥 저렇게 보낸다고? 아니면 어떡할 건데... 그러게... 잘 했어. 잘 했어.

 

술도 마시는 둥 마는 둥. 원래 잘 안 마시긴 하지만 술이 안 땡긴다. 저 바보같은 녀석들이 뭐라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귀에 안 들어온다. 한 쪽 귀로 들어와 다른 쪽 귀로 그냥 빠져나가는 게 느껴진다. , 진짜 바보는 나지. . 빨리 집에 가고 싶다. 빨리 내일이 왔으면 좋겠다.

 

. 야야. 나 먼저 간다. 쿠로오, 오늘도 부탁한다.”

? 어이 어이 이 녀석을 나 혼자 데려가라고? ?? 우리 집에???”

그럼 뭐 언젠 혼자 아니었냐~”

야야! 자꾸 집에 남자만 들이면 안 되~ 니네 때문에 내 집에 여자가 안 들어오는 거야 이 도움도 안 되는 친구 새끼들아.”

그게 정말 우리 때문일까?”

“... 빨리 가라 그냥.”

~ 잘 부탁합니다~”

 

 

 

 

 

 

 

 

 

 

 

 

 

 

솔직히 말 할까? 한 숨도 못 잤다.

그 아카아시를 보러 간다니! 그것도 집에!! 혼자 사는 집에!! 나 혼자!!!

여자 집에 갈 때도 이렇게 떨리지 않았다. 심장이 툭, 뛰어나와 바닥에서 쿵쾅쿵쾅 거리는 거 같다.

나 냄새 안 나지? 머리도 괜찮지? 옷은? 신발은? 어제 팩도 좀 해봤는데 괜찮지...?

 

 

띵동-

울리는 초인종이, 아카아시가 나오길 기다리는 지금 시간이, 이 공간이, 처음 첫번째 대학 입시 실기장 대기실에 있는 거 같다. 긴장이 온 몸을 지배한다.

 

.

탈깍.

끼익.

드디어 올 것이 왔다.

 

어서오세요. 코노하씨.”

하하 응 고마워.”

 

아이씨. 방금 목소리 좀 이상했지?? ㅠㅠㅠㅠㅠㅠㅠ 분명 이상했을 거야ㅠㅠㅠㅠㅠ

 

아카아시, 아카아시의 집이다. 그렇게 가 보고 싶었던, 아카아시의 집. 아름다운 휴양지의 호숫가를 바라보고 있는 거 같다. 잔잔한 물 같은 집이다.

거기에 내가 접어 온 종이배를 띄워보려 한다.